"언니, 그거 요즘 수험생 필수템이야."
늦깎이 수험생 A 씨(24)는 최근 지인을 통해 한 텔레그램 채널을 알게 됐다. 대치동 일타 강사의 교재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그 채널은 A 씨에겐 '신세계'였다. "제가 고3이었을 때 이런 건 상상도 못 했어요. 너무 신기해서 사촌 동생에게 알려줬더니 '요즘 수험생들 필수템인데 이제야 알았냐'는 핀잔이 돌아오더라고요."
최근 텔레그램서 사교육 인기 강사의 교재를 PDF 파일로 공유하는 '유빈 아카이브'가 활동하고 있다. 공유되는 PDF 파일은 사교육 강사의 강의를 수강해야만 구매할 수 있는 유료 교재지만, 유빈 아카이브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전부 '무료'로 이를 유포하고 있었다.
유빈 아카이브는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지난해 7월부터 무료로 교재를 공유해왔다. 교재를 구매한 학생들이 관리자에게 교재를 스캔해서 제보하면 이를 채널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독자 수는 20만 3379명으로, 단순 계산으로 수능 응시자 52만 2670중 40%의 정도가 구독하는 셈이다.
제보자가 교재를 공유하면 유빈 아카이브는 교재와 함께 제보자의 한마디를 공유한다. 한 제보자는 "A 학원 실전 모의고사 드럽게(더럽게) 비싼데 많이들 풀어서 제 돈 안 아깝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다른 제보자들은 "유빈 아카이브에 신세를 많이 졌다"며 감사의 말과 함께 교재를 제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재를 무단으로 유포하는) 수험생들이 저작권 관련 법규를 모르고 있다면 (이러한 행태가) 바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만약 사실이 인정되고 확인이 된다면 즉각적으로 조처를 하겠다. 선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나종갑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가 공유 목적으로 복제를 위한 방을 개설했다면 공동에 의한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다고 본다"며 "(무료로 공유했더라도) 돈을 안 내고 교재를 사용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영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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